한 줄로 답하면
혈액검사만 놓고 보면 맹물은 마셔도 됩니다. 미국 공적 안내도 금식 중에는 음식과 물 이외의 음료를 피하라고 하며 물을 예외로 둡니다. 맹물에는 혈액으로 들어가 수치를 바꿀 성분이 없기 때문입니다.
건강검진은 사정이 조금 다릅니다.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과 서울성모병원은 밤 12시까지 물을 허용하고 그 뒤로는 물도 끊게 합니다. 세종충남대학교병원은 밤 9시 이후 물 이외에는 금식하되 자정 이후에는 물도 제한하도록 안내합니다. 반면 서울의료원은 밤 10시부터 물까지 금식하게 합니다. 같은 질문에 답이 다른 것은 검진기관마다 함께 하는 검사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왜 물까지 막는 기관이 있을까
이유는 혈액검사가 아니라 위장 검사에 있습니다. 위내시경은 위가 비어 있어야 점막을 제대로 볼 수 있고, 진정(수면) 내시경이라면 위에 남은 것이 기도로 넘어갈 위험도 생깁니다. 복부초음파도 위와 장이 비어 있어야 간, 담낭, 췌장이 잘 보입니다.
그래서 위장 검사가 들어간 검진은 물을 일찍 끊게 하고, 혈액과 소변 검사 위주의 검진은 비교적 여유를 둡니다. 국립재활원은 내시경이 있으면 전날 밤 9시 이후 물을 포함한 모든 것을 금식하게 하면서도, 오후 검진이라면 금식이 힘들 때 오전 6시까지 소량의 생수를 마실 수 있게 합니다.
물이 오히려 도움이 되는 이유
첫째는 실용적인 이유입니다. 물을 충분히 마시면 혈관이 차 있어 피를 뽑는 사람이 혈관을 찾기 쉽습니다.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 안내도 이 점을 직접 언급합니다. 정맥혈 채취에 관한 유럽 권고안은 환자의 준비 상태를 검체 품질의 일부로 다룹니다.
둘째는 수치 자체에 관한 이유입니다. 몸에 물이 부족하면 혈액의 액체 성분이 줄어 일부 수치가 실제보다 높게 나올 수 있습니다. 운동으로 체액을 이동시킨 연구에서 혈장량이 줄자 혈색소와 적혈구 용적률, 알부민이 모두 올라갔습니다. 확실하게 하려고 열두 시간 넘게 물을 끊으면 오히려 반대 효과가 날 수 있습니다.
물로 치는 것과 치지 않는 것
맹물입니다. 수돗물이든 생수든, 차갑든 미지근하든 아무것도 넣지 않았다면 물입니다.
그 밖의 것은 물처럼 느껴져도 금식을 깹니다. 미국 공적 안내는 주스, 커피, 탄산음료를 예로 들고 그 밖의 음료에도 같은 규칙을 적용합니다. 들어 있는 성분이 혈액으로 들어가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보리차, 옥수수수염차, 이온음료, 레몬을 띄운 물, 제로 탄산음료도 여기에 들어갑니다.
블랙커피가 가장 흔한 실수입니다. 대조 시험에서 식사 1시간 전에 마신 카페인 커피는 디카페인 커피보다 혈당 반응을 147~216% 키웠습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정보도 검진 전날 밤 9시 이후에는 물과 우유는 물론 담배도 피하라고 안내하니, 가장 보수적인 기준은 밤 9시입니다.
- 맹물: 안내받은 시각까지많은 기관이 자정까지 허용합니다. 위장 검사가 있으면 더 일찍 끊는 곳도 있습니다.
- 커피와 차: 안 됨블랙이든 디카페인이든, 보리차 같은 곡물차도 피를 뽑은 뒤로 미룹니다.
- 맛을 낸 물, 제로 음료: 안 됨레몬 조각, 이온음료 가루, 제로 탄산음료도 무언가를 더한 음료입니다.
- 껌, 사탕, 담배: 안 됨음료는 아니지만 국내 검진기관 대부분이 금식 중에 금지합니다.
얼마나, 언제 마시면 될까
채워야 할 목표량은 없습니다. 전날 저녁부터 마감 시각까지 평소처럼 마시면 됩니다. 일부러 많이 마실 필요도, 일부러 참을 필요도 없습니다. 목표는 밤새 물 없이 지내다 바싹 마른 상태로 도착하지 않는 것뿐입니다.
마감 시각이 지났는데 목이 마르다면 검진기관에 미리 물어보십시오. 오후 검진처럼 금식이 길어지는 경우에는 국립재활원처럼 이른 아침까지 소량의 생수를 허용하는 곳도 있습니다.
실수로 한 모금 마셨다면 접수할 때 말하면 됩니다. 맹물 한 모금이 혈액검사 결과를 바꾸지는 않지만, 위내시경을 할지는 의료진이 판단합니다.
피검사만 받는다면
동네 의원에서 혈액검사만 받는 경우라면 이야기가 단순해집니다. 금식이 필요 없는 검사라면 물은 물론이고 평소처럼 먹고 마셔도 됩니다. 공복혈당이나 지질 검사처럼 금식이 필요한 검사라도 맹물은 대개 허용됩니다.
특정 검사에 물을 제한하라는 서면 안내가 있다면 그 안내를 따르십시오. 내 검체를 위해 쓰인 안내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피검사 날 아침의 문제는 물을 마시는 것이 아니라, 물을 너무 적게 마시고 오는 것입니다.
약은 어떤 물로, 얼마나
국내 검진기관은 혈압약 같은 약을 소량의 물로 먹게 합니다. 서울성모병원은 검진 당일 오전 5시쯤 종이컵 반 컵 정도의 물로 혈압약과 항경련제를 먹도록 하고,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은 항혈전제를 제외한 심혈관계 약을 6시 이전에 소량의 물과 함께 먹도록 합니다.
약을 삼키는 물이 문제가 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약을 마음대로 바꾸는 것입니다. 인슐린이나 일부 먹는 당뇨약을 굶은 상태에서 평소처럼 쓰면 혈당이 너무 떨어질 수 있으니 검진 당일 약 복용은 미리 확인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