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결론부터
접수할 때 먹었다고 말하면 많은 항목은 그대로 받을 수 있습니다. 건강검진 실시기준에 따르면 일반건강검진에는 문진과 진찰, 신체계측, 혈압 측정, 시력과 청력, 흉부방사선 촬영, 요검사, 혈액검사가 들어갑니다. 이 가운데 식사의 영향을 크게 받는 것은 혈액검사의 일부뿐입니다.
공복혈당과 중성지방은 공복 수치로 판정할 수 없고, 위내시경이 포함되어 있다면 연기될 수 있습니다. 반면 혈구 검사, 당화혈색소, 간과 신장 검사는 대개 영향을 거의 받지 않습니다. 아래에서 검사별로 봅니다.
금식 없이도 괜찮은 검사
혈구 검사는 금식이 필요한 검사 목록에 없어서 하루 중 언제 해도 됩니다. 당화혈색소도 금식이 필요 없습니다. 미국 국립보건원 안내는 당화혈색소 검사 전에 먹고 마셔도 된다고 밝히는데, 오늘 아침 식사가 아니라 지난 몇 달의 평균 혈당을 보여 주기 때문입니다.
갑상선 검사는 금식보다 시간이 더 중요합니다. TSH 결과 2만여 건을 분석한 연구에서 피를 뽑은 시각만으로도 판정이 달라질 만큼 TSH가 움직였습니다. 다시 검사할 때는 비슷한 아침 시각에 받는 것이 비교하기 좋습니다.
간 기능과 신장 기능 검사도 보통 금식 없이 합니다. 다만 같은 날 함께 뽑는 공복혈당 때문에 검진 전체가 금식 검사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 혈구 검사금식 필요 없음. 하루 중 언제 해도 됩니다.
- 당화혈색소금식 필요 없음. 평소처럼 먹고 마셔도 됩니다.
- 갑상선 검사금식 필요 없음. 비슷한 아침 시각이 비교하기 좋습니다.
- 간·신장 검사, 소변, 흉부 X선보통 금식 필요 없음. 검진표의 안내를 확인합니다.
금식이 꼭 필요한 짧은 목록
대표는 공복혈당입니다. 대한당뇨병학회는 공복혈당을 8시간 공복 상태에서 잰 값으로 정의하고, 100 mg/dL 미만을 정상, 100~125 mg/dL을 공복혈당장애, 126 mg/dL 이상을 당뇨병 기준의 하나로 둡니다. 식사를 하면 혈당이 몇 시간 동안 바뀌기 때문에 먹고 잰 값은 이 기준에 맞춰 읽을 수 없습니다.
혈당이 함께 들어 있는 전해질·신장 기능 묶음 검사도 같은 이유로 금식을 요구받을 수 있습니다. 철 검사는 보통 아침에 하고, 12시간 금식을 요구받을 수 있습니다. 혈액검사는 아니지만 위내시경과 복부초음파도 금식이 필요하고, 국내 건강검진에서는 이 검사들이 금식 시각을 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밖에 특정 검사에 따로 붙은 안내가 있다면 그 안내가 우선입니다.
콜레스테롤 검사는 나라마다 답이 다르다
국내에서는 공복 측정이 원칙입니다.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의 2018년 진료지침은 중성지방과 LDL 콜레스테롤 측정을 위해 12시간 이상 금식하도록 권합니다. LDL 콜레스테롤을 계산식으로 구할 때 중성지방 값을 쓰기 때문에, 식후에 오른 중성지방이 LDL 계산까지 흔듭니다.
유럽은 2016년부터 반대로 권합니다. 유럽동맥경화학회와 유럽임상화학회는 금식 없는 지질 검사를 기본으로 하라고 밝혔습니다. 평범한 식사 뒤 중성지방은 평균 최대 26 mg/dL 정도 오르고 LDL 콜레스테롤은 8 mg/dL 정도 내려가며, HDL 콜레스테롤은 거의 변하지 않습니다.
식후 중성지방이 440 mg/dL을 넘으면 유럽 지침에서도 금식 후 다시 재도록 합니다. 그러니 금식하지 않은 날의 지질 검사 결과는 버릴 값이 아니라, 조건을 적어 두고 읽을 값입니다.
먹고 왔다면, 접수할 때 할 일
피를 뽑기 전에 말하십시오. 무엇을, 몇 시에 먹었는지 말하면 검진기관이 그날 할 수 있는 검사를 정합니다. 보통은 금식과 상관없는 검사를 먼저 하고, 공복혈당이나 위내시경처럼 금식이 필요한 검사만 날을 다시 잡습니다.
말하지 않고 받는 것이 가장 나쁜 선택입니다. 식후 혈당이 공복 수치로 읽히면 당뇨병이 없는데도 당뇨병 의심 판정이 나올 수 있고, 중성지방이 높게 나와 이상지질혈증 의심으로 분류될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결과에 메모가 붙어 있으면 의사는 그 값을 맞는 조건으로 읽습니다.
대한당뇨병학회 기준에도 식사와 상관없이 잰 혈당이 있습니다. 다뇨, 다음, 설명되지 않는 체중 감소 같은 증상이 있으면서 아무 때나 잰 혈당이 200 mg/dL 이상이면 당뇨병으로 봅니다. 식후 혈당이 그 자체로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왜 다 금식하라고 했을까
안내가 검사 하나하나가 아니라 검진 전체에 대해 나가기 때문입니다. 검진표에 공복혈당 한 줄과 위내시경이 있으면 그날 아침 전체가 금식 일정이 되고, 그래서 모든 검사에 금식이 필요한 것처럼 보입니다.
관행도 다릅니다. 진단검사 전문가들은 금식의 정의가 기관마다 다르다고 지적해 왔고, 국내 검진기관도 물을 자정까지 허용하는 곳과 밤 10시부터 막는 곳이 함께 있습니다. 인터넷의 표가 아니라 내가 받은 안내를 따르십시오. 이 글도 마찬가지입니다.
필요 없는데 굶었다면
금식이 필요 없는 검사라면 괜히 굶었어도 아침 한 끼를 놓친 것뿐입니다. 결과가 망가지지는 않습니다.
예외는 안전입니다. 인슐린이나 혈당을 낮추는 약을 쓴다면 평소 용량을 그대로 쓰면서 굶으면 저혈당 위험이 커집니다. 금식하라는 안내를 받지 않았다면 굶지 말고, 받았다면 그날 아침 약을 어떻게 할지 처방한 의사에게 물어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