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질검사로 재는 것
일반적인 지질검사는 총콜레스테롤, LDL 콜레스테롤, HDL 콜레스테롤, 중성지방의 네 가지를 잽니다. 결과표에 non-HDL 콜레스테롤이 함께 찍히기도 하는데, 이는 총콜레스테롤에서 HDL을 뺀 값으로, 같은 피에서 계산한 숫자이지 따로 한 검사가 아닙니다.
LDL도 계산값일 때가 많습니다. 질병관리청은 중성지방이 많이 높을 때(200~400 mg/dL 이상)는 계산식(Friedewald 공식) 대신 LDL을 직접 재는 방법을 쓴다고 설명합니다. 네다섯 줄이 모두 같은 방식으로 읽히지는 않습니다. 중성지방과 HDL은 보통의 검사 결과처럼 읽지만, LDL은 대개 검사실이 아니라 나에게 맞춰 정한 목표치와 비교합니다.
범위가 아니라 목표인 줄
총콜레스테롤, HDL, 중성지방은 범위와 비교합니다. LDL 콜레스테롤은 목표치와 비교하고, 그 목표치는 심혈관 질환 위험도에 따라 달라집니다.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는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을 이미 겪은 초고위험군은 LDL 70 mg/dL 미만, 당뇨병이 있는 고위험군은 100 mg/dL, 위험 요인이 거의 없는 저위험군은 160 mg/dL 미만을 목표로 제시합니다.
그래서 LDL이 같은 두 사람 중 한 명에게만 표시가 붙고, 두 결과표가 모두 맞을 수 있습니다. 심근경색을 겪은 사람과 위험 요인이 전혀 없는 사람은 서로 다른 목표에 비추어 재는 것이고, 그 목표는 분석 장비가 아니라 의사가 정합니다.
결과표에 LDL 참고치가 인쇄되어 있다면 그것은 검사실의 기본값이지 내 목표치가 아닙니다. 나에게 적용되는 숫자는 결과표가 아니라 진료실에서 나옵니다.
지질검사 전에 금식이 필요할까
국내 안내는 금식입니다. 질병관리청은 LDL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을 위해 채혈 전 12시간 이상, 어렵다면 물 외에는 최소 9시간 이상 금식하라고 하고,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도 9~12시간 금식 뒤 채혈하고, 채혈 전 5분 이상 앉아서 쉬라고 안내합니다. 치료를 정하기 전에는 다른 날 두 번 이상 검사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유럽은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2016년부터 유럽동맥경화학회와 유럽임상화학회는 금식하지 않은 채혈을 기본으로 권합니다. 평소 식사 뒤 평균 변화가 가장 큰 경우에도 중성지방은 약 +26 mg/dL, 총콜레스테롤과 LDL은 약 −8 mg/dL 정도이고, HDL과 지질단백(a)는 움직이지 않으며, 금식 여부와 상관없이 심혈관 질환을 비슷하게 예측한다는 이유입니다. 이 경우에도 금식하지 않고 잰 중성지방이 440 mg/dL를 넘으면 금식 후 재검사를 고려합니다.
결국 내 검사에서는 내가 받은 안내문이 기준입니다. 검사실은 그 안내대로 준비했다고 보고 결과를 읽습니다.
항목끼리의 관계
중성지방은 어제 한 일에 가장 크게 흔들리는 줄입니다. 식사도, 전날 밤의 술도 중성지방을 올립니다. 금식하지 않은 검체에서 한 번 높게 나온 중성지방은 보이는 것만큼 대단한 소견이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HDL은 천천히 움직이고 한 끼 식사에는 흔들리지 않습니다. 질병관리청은 HDL이 1 mg/dL 낮아질 때마다 관상동맥질환 위험이 2~3% 늘어난다고 설명합니다. HDL은 흡연이 드러나는 줄이기도 합니다. 흡연량에 따라 사람들을 나눈 연구에서 흡연자는 총콜레스테롤, 중성지방, LDL이 더 높고 HDL은 더 낮았으며, 많이 피우는 사람일수록 이 패턴이 뚜렷했습니다.
non-HDL 콜레스테롤은 동맥 벽에 쌓일 수 있는 입자들이 실어 나르는 콜레스테롤을 모두 담습니다.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는 중성지방이 높은 사람에게 LDL 다음 목표로 non-HDL을 보며, 그 목표는 LDL 목표에 30을 더한 값입니다.
결과표마다 표시가 다른 이유
지질 항목 옆 표시는 하나의 보편적인 정상치가 아니라 검사실이 고른 기준에 달려 있습니다. 국내 통계에서는 LDL 160 mg/dL 이상, 중성지방 200 mg/dL 이상, HDL 40 mg/dL 미만 가운데 하나라도 해당하면 이상지질혈증으로 보고, 총콜레스테롤 240 mg/dL 이상은 고콜레스테롤혈증으로 봅니다. 유럽 합의문은 금식하지 않은 검체에서 중성지방 175, 총콜레스테롤 190, LDL 115 mg/dL 이상, HDL 40 mg/dL 이하에 표시를 붙이자고 제안합니다. 검사실마다 다른 숫자를 인쇄하기 때문에 같은 결과가 한 결과표에서는 표시가 붙고 다른 결과표에서는 붙지 않을 수 있습니다.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숫자도 크게 달라집니다. 국내 성인의 이상지질혈증 유병률은 2016~2020년 40.2%였지만, 여성의 HDL 기준을 40에서 50 mg/dL 미만으로 바꾸면 48.2%로 올라갑니다. 이런 기준은 인구 전체에서 바람직한 수준을 말하는 것이지, 그 자체가 진단은 아닙니다.
지질검사, 언제 걱정해야 할까
다른 위험 요인이 어떻든 그것만으로 중요한 숫자가 몇 가지 있습니다. 다음 정기 진료를 기다리기보다 의사와 직접 이야기해 볼 만한 숫자들입니다.
- 중성지방 500 mg/dL 이상급성 췌장염 위험이 커지는 수준입니다. 체중, 음주, 당뇨병, 갑상선 기능 저하, 약 같은 원인을 먼저 찾고, 계속 높으면 약물 치료를 시작합니다.
- LDL 160 mg/dL 이상국내 기준으로 이상지질혈증에 해당하고, 위험 요인이 거의 없는 사람에게도 목표를 넘는 수치입니다.
- 당뇨병이 있고 LDL 100 mg/dL 이상당뇨병은 그 자체로 고위험군이라, 위험이 낮은 사람에게는 괜찮은 LDL도 치료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 심근경색·뇌졸중 뒤 LDL 70 mg/dL 이상이미 심혈관 질환을 겪은 초고위험군의 목표는 70 mg/dL 미만, 또는 처음보다 50% 이상 낮추는 것입니다.
지질검사로 알 수 없는 것
지질검사는 혈관의 상태를 재지 않습니다. 여러 해에 걸쳐 그 상태에 영향을 주는 물질의 양을 잴 뿐입니다. 검사 한 번은 선 위의 점 하나이고, 점이 여러 개 모여야 비로소 정보가 됩니다.
그리고 나머지 심혈관 위험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말해 주지 않습니다. 혈압, 흡연, 당뇨병, 가족력, 나이는 어떤 지질 수치에도 드러나지 않는 무게를 갖고 있고, 바로 그 때문에 LDL 목표치가 사람마다 다릅니다.
얼마나 자주 받아야 할까
국가 일반건강검진에서 지질검사는 남성은 24세부터, 여성은 40세부터 대상이 되고, 4년마다 들어갑니다. 질병관리청은 이상지질혈증을 진단받은 뒤에는 최소 1년에 한 번 이상 정기적으로 검사하는 것이 합병증 예방에 유리하다고 설명합니다. 치료 중이거나 다른 위험 요인이 있다면 의사가 다른 주기를 정하고, 같은 검사기관을 계속 이용하면 흐름을 읽기가 쉬워집니다.
검사를 받는 것과 관리하는 것은 다른 일입니다. 2016~2022년 국내 성인의 이상지질혈증 유병률은 40.9%였고, 고콜레스테롤혈증이 있는 사람 가운데 이를 알고 있는 사람은 68.0%, 치료받는 사람은 61.2%, 목표까지 조절되는 사람은 54.1%였습니다.